Space Scripts- 공간의 문장들
A stage designer’s gaze on visually striking cinema. Exploring how space, silence, and structure shape emotion—on screen and on stage.
Oldboy – A Locked Room, A Horizontal Corridor, and a Designed Truth

오징어 게임 시즌 3 -이제는 게임이 아니라, 마음이 아프다

《오징어 게임 시즌 3》 리뷰. 게임보다 깊어진 감정, 선택의 무게, 그리고 조용한 폭력. 시리즈 마지막이 남긴 묘한 여운을 블로그 주인의 시선으로 풀어낸 감성 리뷰.

 


시즌 3를 다 보고 난 후, 며칠을 묵히고 나서야 이 글을 쓴다.

한참 동안 감정을 정리하기가 쉽지 않았다.
처음 시즌 1을 볼 땐 ‘이런 구조를 어떻게 만들었을까?’ 같은 분석적 궁금증이 앞섰고, 시즌 2에선 ‘그래도 이야기로 이어가려는 시도가 있구나’ 정도의 감상이었다.
그런데 시즌 3는 조금 달랐다. 게임보다 감정이 더 깊게 박혔다.



🟥 이건 더 이상 ‘게임’이 아니다

시즌 3의 가장 큰 변화는 ‘게임’의 위치다.
시즌 1처럼 규칙이 있고 경쟁이 있고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게임이 나오긴 하지만, 그 자체가 이야기의 중심은 아니다.
정작 기억에 남는 건 게임의 룰이나 잔인한 순간이 아니라,
누가 왜 그 자리에 서 있었고, 무슨 얼굴로 결정을 내렸는가이다.

주인공 기훈은 이제 단순히 생존자가 아니다.
어떻게든 살아남은 사람이, 끝내 자신이 목격한 세상을 외면하지 않으려 애쓰는 사람으로 변해 있다.
그 변화는 대사보다 침묵과 표정, 그리고 선택의 무게에서 훨씬 크게 느껴진다.
솔직히 말해, 시즌 3에서 기훈이 보여준 얼굴은 시즌 1에서 그려졌던 피투성이 경쟁자보다 훨씬 더 무겁고, 진실했다.



🟩 한 장면이 오래 남는다

이번 시즌에서 가장 오래 남은 장면은 오히려 조용한 씬이었다.
누가 죽고, 총이 터지고, 피가 튀는 그런 장면 말고,
기훈이 마지막 선택 앞에 서서 아주 짧은 숨을 들이쉬는 순간.

그건 ‘스펙터클’이 아니라 ‘결단’이었다.
그 결단이 왜 그렇게 가슴에 남는가를 생각해봤는데,
아마도 그가 누군가를 이기기 위해 움직인 게 아니라, 누군가의 고통을 멈추기 위해 움직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시즌 1이 몸으로 맞는 폭력이었다면,
시즌 3는 마음이 조용히 부서지는 종류의 폭력이었다.




🟨 좋은가? 라기보다, 묘하다

이 시즌을 보고 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만들었다”는 감탄보다는
“묘하다” 혹은 “이게 진짜 마지막일까?”라는 식의 어정쩡한 여운을 남긴다.

이건 비단 이야기의 구조가 열린 결말이어서가 아니라,
이야기를 보고 나서 내가 뭘 느껴야 하는지를 쉽게 단정짓기 어렵기 때문이다.
뭔가 무겁고 슬픈데, 그걸 감동이라고 말하기엔 또 설명하기가 애매한 그런 감정.

개인적으로는 이 묘함이 싫지 않았다.
우리는 너무 자주, 이야기에서 해답을 요구한다.
하지만 좋은 서사는, 때로는 질문을 던지고 그냥 가버린다.
《오징어 게임 시즌 3》는 바로 그런 종류의 엔딩을 보여준다.



🟦 연극 무대처럼 바뀐 공간들

공간 연출도 인상적이었다.
시즌 1이나 2와 달리, 이번 시즌은 세트가 훨씬 연극적이다.
복도, 방, 통제실, 감시실 같은 공간들이 마치 무대처럼 쓰인다.
화려한 색채나 구조보다는 조명의 변화, 정지된 구도, 침묵의 여백 같은 요소들이 감정을 끌어올린다.

이건 연출 스타일의 변화이기도 하지만, 이야기의 성격 변화이기도 하다.
‘보여주는 이야기’에서 ‘머물게 하는 이야기’로 바뀌었다.

예전 시즌이 넷플릭스의 서바이벌 장르 경쟁 속에서 가장 강한 쇼였다면,
이번 시즌은 하나의 감정 드라마로 읽히는 지점들이 훨씬 많다.



🟪 왜 이런 결말이 필요했을까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다.
시즌 1에서 기대했던 세계관의 비밀—VIP들, 게임의 기원, 시스템의 철학 같은 것들은 여전히 설명되지 않는다.
기훈의 여정은 끝났지만, 시리즈 전체가 뭔가 완결됐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결말이 의미 있게 느껴지는 이유는,
이 시리즈가 결국 인간에 대한 이야기였다는 걸 다시 상기시켜줬기 때문이다.

돈, 게임, 서열, 경쟁… 그 모든 외피를 벗기고 나면 남는 건 결국
한 사람이 다른 사람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느냐이다.

그걸 이 시리즈는,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 마무리하며

《오징어 게임 시즌 3》는 분명 호불호가 갈릴 시즌이다.
폭력성은 줄었고, 반전도 많지 않으며, 이야기 구조도 단단하진 않다.
하지만 감정이 있다.
그 감정은 깔끔하지도 않고 친절하지도 않지만,
다 보고 난 뒤 마음 한구석에 무언가를 남긴다.

그리고 그 무언가는,
“우리는 누구를 위해 살아남는가?”
라는 질문일 수도 있다.

그 질문 하나만으로도, 이 시즌은 끝날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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