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 Scripts- 공간의 문장들
A stage designer’s gaze on visually striking cinema. Exploring how space, silence, and structure shape emotion—on screen and on stage.
Oldboy – A Locked Room, A Horizontal Corridor, and a Designed Truth

슈퍼맨 2025 – 한국의 극장에서 외면받은 영웅

[슈퍼맨 한국 흥행 실패 분석] 2025 슈퍼맨, 왜 한국에서 외면받았을까? 20~30대 소비자 구조, 헨리 카빌 효과, DC 리부트 피로감까지 총정리.

 


“슈퍼맨은 여전히 영웅이지만, 그를 기다리는 관객은 달라졌다.”


왜 한국에서 실패했는가 – 보다 현실적인 이유

2025년 제임스 건 감독의 신작 《슈퍼맨》이 북미에서 흥행에 성공했다. 개봉 첫 주말 1억 달러를 넘기며 DC 유니버스의 새로운 시작을 알린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정반대였다. 개봉 2주차 누적 관객 수는 60만 명. 예매율은 8위까지 떨어졌고, 입소문 또한 잠잠하다. 단순히 “미국식 영웅서사라서 통하지 않는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이 실패에는 더 뚜렷한 현실적인 이유들이 있다.


1. 20–30대는 슈퍼맨을 모른다

한국 극장가의 주요 관객층은 20대와 30대다. 하지만 이 세대는 슈퍼맨을 거의 소비해본 적이 없다.
마블 히어로들과 함께 성장한 세대에게 슈퍼맨은 그저 “알고는 있지만 보지는 않은 캐릭터”에 가깝다.
더구나 슈퍼맨은 팀플레이보다 단독 활약에 집중하는 서사라서, MZ세대에게는 상대적으로 고립된 서사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극장 앞에서 데이트하는 20대 커플이 “슈퍼맨은 무슨 능력이야?”라고 묻는 풍경은 낯설지 않다.
팬들에게는 전설이지만, 지금 이 순간 영화를 고르는 소비자에게는 낡은 이름일 뿐이다.



2. 헨리 카빌의 잔상, 여전히 선명하다

이번 영화에서 슈퍼맨을 연기한 데이비드 코런스웻은 신선했고, 연기력도 인정받았다.
하지만 한국의 대중은 여전히 헨리 카빌을 슈퍼맨으로 인식한다.
그는 《맨 오브 스틸》에서 강렬한 이미지로 각인되었고, 넷플릭스 《위쳐》로 이어진 활약 덕분에 팬덤도 탄탄하다.
즉, 코런스웻은 잘했지만, ‘슈퍼맨’이라는 자리에는 아직 설득력이 부족했던 것이다.

이처럼 배우 교체가 주는 이질감은 특히 한국처럼 배우 친숙도에 따라 관람이 좌우되는 시장에서는 큰 장벽이 된다.



3. DC 브랜드에 대한 신뢰 부족

DC는 지난 10년간 혼란스러운 행보를 보여왔다.
《저스티스 리그》의 리부트, 《플래시》의 실패, 《샤잠》과 《블랙 아담》의 부진 등은 한국 관객에게 **"이 시리즈 믿어도 되는 거야?"**라는 의문을 남겼다.
이번 제임스 건 체제의 리셋은 북미에서는 긍정적 평가를 받았지만, 한국에선 “또 리부트야?”라는 피로감으로 받아들여졌을 가능성이 높다.

한 번 실망한 관객은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특히 DC처럼 서사 연결성이 중요한 경우, 관객은 시리즈의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입장권을 사지 않는다.


4. 한국 관객의 선택지는 달라졌다

예전처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니까 무조건 본다”는 시대는 끝났다.
2025년 여름, 한국 관객은 이미 다양한 대안을 갖고 있다.

  • 공포영화 《노이즈》는 짧고 강렬한 몰입감으로 흥행에 성공했고

  • 《전지적 독자 시점》은 웹툰 기반으로 MZ세대에게 친숙하다

  • 《F1: 더 무비》는 신선한 소재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이제 관객은 더 익숙한 세계관, 더 짧은 러닝타임, 더 빠른 몰입감을 원한다.
슈퍼맨의 서사처럼 무겁고 상징적인 메시지 중심의 영화는 진입장벽이 높은 셈이다.



5. 슈퍼맨은 실패한 게 아니라, 무대가 사라졌다

슈퍼맨이 실패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오히려 그가 설 자리가 사라진 것이다.
한국에서 슈퍼맨은 여전히 상징이지만, 실질적 소비 대상은 아니다.

  • 그를 아는 세대는 극장을 자주 찾지 않고,

  • 그를 모르는 세대는 지금 다른 히어로를 소비 중이다.

제임스 건이 연출한 이번 작품은 훌륭했다. 하지만 그 완성도는 ‘슈퍼맨을 기다리는 사람’에게만 통하는 언어였다.
지금 한국 극장가는 그 언어를 더 이상 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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