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는 마치 과거의 무대가 되살아나 다시 한 번 연극을 올리는 듯한 영화다.
등장하는 공간들은 모두 죽은 감정이 남긴 구조물로 구성되며, 무대디자이너의 눈으로 보면 이 영화는 공간의 기억으로 쓴 대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글에서는 세 가지 핵심 공간, 엑시골, 카일로 렌의 스타디스트로이어, 그리고 저항군 본부를 통해 감정이 각인된 무대의 의미를 짚어본다.
엑시골 – 유령이 지배하는 제단
엑시골은 조명이 없다. 빛이라고는 번개와 기계음의 섬광뿐이다. 거대한 제단과 공중에 매달린 구조물, 그리고 정체불명의 군중은 마치 죽은 제국의 연극을 관람하는 관객석 같다.
팰퍼틴은 이 무대의 감독이자 망령이다. 고대의 시스 언어로 말하는 그의 존재는 연출자가 배우를 조종하듯, 이 공간을 공포와 복종의 장치로 바꾼다.
모든 것이 무대처럼 과장되어 있지만, 무대의 커튼은 결코 오르지 않는다.
카일로 렌의 스타디스트로이어 – 억제된 심리극
이 배의 내부는 감정을 통제하는 심리적 세트에 가깝다.
기계적이고 반복적인 복도, 음향의 절제, 그리고 무엇보다 붉은 조명. 이는 경고가 아니라 감정의 억제와 권력의 시각화다.
카일로는 이 공간에서 혼자 연기한다. 단독 장면이 많고, 상대 없이 걷는 모습은 백스테이지의 배우처럼 고립되어 있다.
이곳은 외부 전쟁이 아닌, 내면 전쟁의 무대다.
저항군 본부 – 생존자들의 감정 세트
그림 – 케이블과 장비가 널브러진 임시 본부의 모습반면 저항군 본부는 살아 있다. 정돈되지 않았고, 크지도 않지만 그 안엔 숨결이 흐른다.
케이블은 바닥에 엉켜 있고, 벽에는 낡은 지도가 걸려 있으며, 음성기기는 매 순간 울린다.
무대 디자인적 관점에서, 이 공간은 즉흥성과 감정의 직접성으로 가득하다.
완벽한 세트가 아니라 불완전한 진심의 공간이다. 이곳의 가장 큰 미덕은 진짜로 존재하는 ‘감정’을 놓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결론 – 구조가 남긴 감정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는 새로운 공간을 창조하지 않는다.
대신, 잊힌 공간을 다시 불러내어 감정을 남긴다.
그것이 무대디자인의 본질이기도 하다.
공간은 사라지지 않는다. 단지 다른 방식으로 우리 안에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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