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 Scripts- 공간의 문장들
A stage designer’s gaze on visually striking cinema. Exploring how space, silence, and structure shape emotion—on screen and on stage.
Oldboy – A Locked Room, A Horizontal Corridor, and a Designed Truth

〈해원해줄게요〉 무대디자인 리뷰 – “무대 위에 남겨진 정서의 틈”

 

해원해줄께요포스터


매듭과 침묵, 고요 속에서 완성되는 제의적 공간



🎭 작품 정보

작품명: 해원해줄게요:REMASTER
단체: 2N제곱
공연기간: 2024.04.11 ~ 2024.04.14
장소: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선정: 2024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장르: 전통연희, 창작극
무대디자인: 임민


🎞 ‘해원’을 위한 구조적 공간

매듭천이 펼쳐진 무대 위, 정좌한 인물들

                                                                                                                                  출처-아르코 블로그

‘해원’이라는 단어에는 단순한 용서나 위로 이상의 정서가 담겨 있다.
〈해원해줄게요〉는 그 복합적인 감정의 곡선을
공간으로 표현한 작업이었다.
나는 이 무대를 기억의 틈이자,
고통을 머무르게 하는 제의적 장소로 만들고자 했다.
그 중심에는 ‘고(告)’라 불리는 매듭천이 있었다.
“‘고’는 말해지지 못한 말,
풀리지 못한 마음을 천으로 묶는 장치였다.”

이 매듭은 공간을 나누고,
배우의 동선을 제어하며
정서의 긴장을 시각적으로 유지하는 구조였다.
해원은 사건이 아니라,
그 긴장과 침묵을 버텨낸 뒤의 공간에서야 비로소 가능했다.


🧵 매듭이 풀릴 때 무대는 숨을 쉰다

무대의 중심에 서 있는 ‘고’는
하나의 벽이자 경계였다.
그것은 정서를 가로막는 동시에
해원을 유도하는 실질적 구조물이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그 매듭이 조용히 풀릴 때
무대는 정적 속에서 숨을 쉰다.
“매듭이 풀릴 때,
비로소 무대는 고요해진다.”

이 장면을 설계하면서 나는
‘움직이지 않는 것’이 어떻게 가장 강하게 말할 수 있는지 고민했다.
해원은 말이 아니라,
움직임 없는 동작과 여백을 통해 완성된다.


🎵 정좌, 음악, 제의적 리듬

두루마리를 들고 중앙으로 천천히 걸어나오는연주자

                                                                                                                             출처-아르코 블로그

연주자들은 무대 한쪽에 정좌한 채,

극의 흐름을 조율한다.

그 중 한 명은
두루마리를 들고 중앙으로 천천히 걸어 나와
그것을 내려놓고 퇴장한다.
그 동작은 말보다 강했고,
그 침묵은 연기보다 깊었다.
해원은 사건이 아니라 의식이었다.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
무대는 가능한 한 단순하고,
정서는 가능한 한 밀도 있게 설계되어야 했다.


💡 조명, 그림자, 기억의 실루엣

매핑된무대이미지
                                                                                                                        출처-아르코 블로그


무대 뒤편을 채운 수많은 ‘고’ 매듭천은
프로젝션 영상의 화면이 된다.
빛은 그 천 위에
인물의 상처, 기억, 환영을 그린다.
“실루엣이 아니라,
매듭 위로 떠오른 기억이 해원을 부른다.”
조명은 감정을 자르고,
그림자는 시간을 저장한다.
빛과 천, 그리고 그림자가 함께 만든
무형의 구조는
이 무대를 제의의 장으로 변모시켰다.


🕯 열린 무대, 남겨진 여백

〈해원해줄게요〉는
관객에게 감정을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감정이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그 공간은 닫힌 구조가 아니라
열린 틈이다.
관객은 그 틈에 자신의 기억을 투사하며
해원의 장면을 각자 완성한다.
그것이 이 무대의 본질이었다.
“닫힌 무대가 아니라, 열린 마음의 여백이었다.”

해원해줄게요무대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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